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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동료 평가 시즌입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뽑는 설문이 돌아옵니다.

결과를 보면 조금 의아합니다.

실적 좋고, 아이디어도 많고, 확실히 일 잘하는 그 동료는 상위권에 없습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성과는 없지만, 늘 무난하고 트러블 한 번 없던 동료가 상위권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능력과 신뢰를 동시에 봅니다.

다만 "누가 일을 잘하는가"와 "누구와 같이 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전혀 다른 사람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왜 능력보다 '함께 일할 사람'을 먼저 고를까요?

사람을 평가할 때 우리는 능력만 따로 보지 않습니다.

연구에서는 사람을 판단하는 핵심 축을 두 가지로 봅니다.

상대의 의도나 신뢰성을 나타내는 부분과, 상대의 능력을 나타내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둘 중에서, 상대가 얼마나 우호적이고 믿을 만한지에 대한 판단이

능력에 대한 판단보다 먼저 이루어지고 전체 평가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도, 우리는 능력만 따로 평가하기보다

이 사람이 나에게 우호적인지 믿을 만한지 같은 '의도'에 관한 판단을 먼저 형성한 뒤

능력을 살피는 경향이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능력은 일을 몇 번 시켜봐야 드러나지만,

이 사람이 예측 가능하고 믿을 만한 사람인지는 몇 번만 부딪혀 봐도 감이 옵니다.

그래서 설문이 "누가 일을 잘하나요"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나요"를 물을 때,

사람들은 능력보다 이 판단을 먼저 꺼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무난한 사람'이 무조건 좋은 동료라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문제를 만들지 않는 데에도 사실 두 가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말 문제가 없어서 조용한 사람과, 문제가 있지만 갈등이 두려워서 말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겉으로 보면 둘 다 똑같이 '무난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팀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11개 기업, 5만 8천여 명의 직원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인데,

여기서는 조직에 실질적인 해를 끼치는 직원 한 명을 피하는 것과,

상위 1% 수준의 뛰어난 직원 한 명을 새로 채용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조직에 더 이득인지를 비교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은 단순히 성격이 까다롭거나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자주 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 연구에서는 괴롭힘이나 사기, 심각한 규정 위반처럼 실제로 조직에 해를 끼치는 행동으로

해고된 경우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결과는 이런 직원을 피하는 쪽이 훨씬 컸습니다.

연구진의 계산으로는, 이런 직원 한 명을 피했을 때의 비용 절감 효과가 약 12,489달러였고,

상위 1% 수준의 뛰어난 직원 한 명을 채용했을 때의 추가 효과는 약 5,303달러였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두 배가 넘는 차이입니다.

이 수치는 이 연구가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이고, 모든 회사에 그대로 적용되는 값은 아닙니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이 영향이 그 사람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런 직원 주변에서 일한 동료들에게서, 비슷한 문제 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경향도 함께 관찰됐습니다.

그렇다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정리하면, 능력이 뛰어난 것과 함께 일하기 좋은 것은 서로 다른 축입니다.

능력이 뛰어나면 특정 업무에서 높은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예측 가능한 사람이라는 평판은

함께 일하는 거의 모든 순간에 영향을 줍니다.

 

자신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갈등을 만들지 않는 이유가 '굳이 싸울 일이 아니라서'인지, '싸우는 게 무서워서'인지는 꽤 다른 이야기입니다.

 

직장에서는 능력만큼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이 사람과 함께 일해도 괜찮다'는 신뢰입니다.

이건 능력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능력과 나란히 쌓아가야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평가하는 입장이라면, '무난한 사람'과 '피해야 할 사람'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뛰어난 사람'과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도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문에서 늘 상위권인 사람이 정말 신뢰를 잘 쌓은 사람인지,

그냥 아무 의견도 내지 않아서 미움받을 일이 없었던 사람인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사람 관찰자의 생각

우리는 보통 회사가 능력을 보고 사람을 평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누구와 일하고 싶은가"를 물으면, 사람들은 능력이 아니라 믿을 만한지를 먼저 떠올립니다.

어쩌면 이건 당연한 걸지도 모릅니다.

뛰어난 실력은 그 사람과 함께한 몇몇 프로젝트에서만 체감되지만,

예측 가능하고 안전한 사람인지는 매일의 모든 순간에 영향을 줍니다.

다만 여기서 하나는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문제를 만들지 않는 것과, 문제가 될 만한 이야기를 아예 꺼내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 원하는 동료는 무난한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말은 하면서도 그 방식이 신뢰를 깨지 않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참고한 연구

  • Housman, M., & Minor, D. (2015), Toxic Workers, Harvard Business School Working Paper 16-057
  • Fiske, S. T., Cuddy, A. J. C., & Glick, P. (2007), Universal dimensions of social cognition: warmth and competence, Trends in Cognitive Sci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