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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자리에서 흔히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성격 차이 있으세요?" 사람들은 보통 성격이 잘 맞아야 오래간다고 믿습니다.

취향이 비슷하고, 다투는 일이 적을수록 좋은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취미도 비슷하고 성격도 잘 맞는다던 커플이 어느 날 갑자기 헤어지고,

오히려 성향이 정반대인 커플이 몇 년째 잘 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격이 잘 맞는다는 게, 생각만큼 관계를 지켜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성격이 잘 맞아도 갈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성격이 잘 맞으면 다툴 일이 적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부부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존 가트맨의 연구에서는,

많은 커플이 관계가 오래된 뒤에도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서 다룬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성격이나 생활방식, 욕구의 지속적인 차이에서 비롯되는 '영구적 문제'로 분류됐습니다.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사람과 편하게 어질러 놓는 사람, 약속에 철저한 사람과 느긋한 사람처럼,

애초에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채로 관계 내내 남아있는 문제들입니다.

 

성격이 잘 맞는 커플이라고 해서 이런 갈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생활 습관이나 욕구는 어느 관계에서든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잘 맞아서 안 싸운다"는 커플도, 알고 보면 아직 그 지점을 마주치지 않았을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관계를 가르는 지점은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문제 앞에서 무엇을 하느냐였습니다.

갈라놓는 건 문제가 아니라 '다가가는 방식'이다

같은 문제를 마주해도, 그 앞에서 하는 행동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불편한 게 있으면 바로 꺼내서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일단 그 자리를 피하고,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거리를 두고 싶어 합니다.

이런 패턴에서는 한쪽이 문제를 빨리 이야기하고 싶어 할수록 다른 쪽은 압박을 느껴 물러나고,

그 모습을 본 상대는 다시 더 강하게 대화를 요구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가가는 쪽은 "왜 자꾸 피하기만 해"라고 느끼고, 물러나는 쪽은 "왜 자꾸 몰아붙여"라고 느끼는 식입니다.

이런 다가감과 물러남의 반복은 여러 부부관계 연구에서 관계 만족도를 갉아먹는 패턴으로 반복해서 확인됩니다.

성격이 잘 맞고 안 맞고와는 별개로, 이 패턴 자체가 관계를 서서히 지치게 만드는 것입니다.

멈추는 것과 도망치는 것은 다르다

감정이 한창 격해진 상태에서 계속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건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트맨의 연구팀은 다투던 커플에게 대화를 잠깐 멈추고 20분 정도 각자 잡지를 읽게 한 뒤,

심박수가 가라앉은 상태에서 다시 대화를 이어가게 했습니다.

그러자 그다음 대화에서 유머와 다정함에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적어도 이 연구에서는, 감정이 격해진 상태로 계속 밀어붙이는 것보다 잠시 멈춰 몸의 긴장이 가라앉은 뒤 다시 대화를 이어가는 쪽이 이후 대화에 더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물러나는 게 반드시 거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잠시 거리를 두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때 단순히 사라지는 것과, 돌아올 시점을 알려주고 잠시 멈추는 것은 다릅니다.

"지금은 좀 진정할 시간이 필요해, 저녁 먹고 8시에 다시 얘기하자"처럼 돌아올 시점을 짧게라도 알려주면,

물러남이 회피가 아니라 다시 돌아오기 위한 멈춤이라는 게 상대에게도 전해집니다.

사람 관찰자의 생각

저는 "우리는 성격이 잘 맞는다"는 말이 관계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위험한 건, 성격이 잘 맞는다고 믿는 나머지 갈등이 왔을 때 서로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미처

몰라보는 경우입니다.

취향이 비슷한 건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들어주는 요소일 수는 있어도,

두 사람을 붙잡아주는 힘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붙잡아주는 건,

부딪히는 그 순간에 서로가 상대방을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는 방식을 찾아내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잘 맞아서 오래가는 게 아니라, 안 맞는 순간에도 서로를 존중하며 관계를 이어가는

법을 알고 있어서 오래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커플 관계 개선을 위해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존가트맨 -행복한 커플은 어떻게 싸우는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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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Gottman, J. M. — Managing Conflict: Solvable vs. Perpetual Problems. The Gottman Institute 연구 개요.
  • Gottman, J. M. — Marriage and Couples Research. The Gottman Institute (20분 휴지기 실험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