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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설렜습니다.
연락이 오면 괜히 웃음이 났고, 답장 하나에도 하루 기분이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몇 달째 그 상태 그대로입니다. 만나면 좋은데, 정확히 뭐라고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사귀자는 말도, 아니라는 말도 없습니다.
처음의 설렘은 어느새 피곤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연락을 기다리는 게 즐겁지 않고, 오히려 눈치를 보게 됩니다.
분명 시작은 좋았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요.
확실하지 않아서 설렌다는 말, 정말 맞을까요?
밀고 당기기를 하면 상대가 더 애타한다는 이야기,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확실하게 마음을 보여주지 않아야 상대가 더 궁금해하고, 더 끌린다는 통념입니다.
실제로 2011년에는 상대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확실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끌릴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이 연구는 이후 '불확실성이 매력을 높인다'는 이야기의 근거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같은 현상을 다시 살펴본 연구에서는 같은 결과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불확실할수록 끌림이 커진다'라고 일반화하기에는, 처음부터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던 셈입니다.
제대로 검증해보니, 불확실함은 오히려 마음을 식게 만들었습니다
2018년에 이 문제를 훨씬 꼼꼼하게 들여다본 연구가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이미 관계를 맺고 있는 커플을 각각 대상으로 여섯 개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통념과 달랐습니다.
상대의 마음이 불확실할수록 상대에 대한 성적 욕망이 커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상대가 관심을 분명하게 표현했을 때 욕망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에서도, 이미 사귀고 있는 커플 사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자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상대의 마음을 확신할 수 없을 때
관계에 더 투자하는 것을 위험하게 느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마음을 많이 썼다가 나중에 헛수고가 될 가능성을 미리 피하려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썸이 길어질수록 연애로 이어지기 어려워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애매한 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상대에게 마음을 더 쓰기보다 오히려 마음을
보호하려고 조금씩 거리를 두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지가 약해서도, 상대가 갑자기 싫어져서도 아닙니다.
답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것 자체가, 마음을 조금씩 거둬들이게 만드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썸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처음부터 확실한 관계를 요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가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고 있느냐입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설렘인지, 불안인지부터 구분해 봅니다.
연락을 기다리며 두근거리는 것과, 연락을 기다리며 초조해하는 건 몸으로는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다른 감정입니다.
최근 들어 그 기다림이 즐겁기보다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지금의 감정을 단순한 설렘이라고 부르기보다 관계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이 섞여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과 지금이 똑같이 애매한 건 아닌지 봅니다.
처음엔 애매한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처음과 똑같이 애매하다면,
그건 관계가 자라고 있는 게 아니라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말보다 행동의 변화를 봅니다.
관계를 정의하는 말을 했다고 곧바로 관계가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연락의 빈도, 만남을 잡는 방식,
서로에게 쓰는 시간과 관심이 실제로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는 게 중요합니다.
말은 쉽게 바뀔 수 있지만, 관계에 투자하는 행동은 비교적 오래 유지됩니다.
필요하면 직접 물어보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제 어떤 사이인지" 묻는 게 관계를 깨뜨릴까 봐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을 피하느라 쌓이는 피로가, 관계를 더 갉아먹고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사람 관찰자의 생각
밀당이라는 말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가 있습니다.
아마 정말 그런 순간이 있었을 겁니다.
서로 잘 모르는 초반, 약간의 여지가 오히려 궁금증을 키우는 순간이요.
그런데 우리는 그 순간의 효과를 관계 전체에 적용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초반에 통했던 방식을, 몇 달이 지나도 계속 반복합니다.
설렘을 지키려고 애매함을 유지하는데, 정작 그 애매함이 설렘을 갉아먹고 있는 걸 모릅니다.
사람은 모르는 사람에게 계속 끌리는 게 아니라,
알아가면서도 계속 궁금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처음의 궁금증은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할까?'에서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가 깊어지면 질문이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될까?'가 아니라 '우리는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가 되어야 합니다.
어쩌면 좋은 썸은 오래 끄는 썸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궁금증은 줄어들고 확신은 늘어나는 관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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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관계에서 확실한 호감을 전달하고 마음을 여는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할 때 참고하기 좋은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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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연구
- Whitchurch, E. R., Wilson, T. D., & Gilbert, D. T. (2011), *"He loves me, he loves me not...": Uncertainty can increase romantic attraction*, Psychological Science
- Birnbaum, G. E., Kanat-Maymon, Y., Mizrahi, M., Barniv, A., Nagar, S., Govinden, J., & Reis, H. T. (2018), Are you into me? Uncertainty and sexual desire in online encounters and established relationships, Computers in Human Beh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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