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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냥 알겠다고 할까..." 싫다는 말이 목까지 차오르다 사라집니다
부탁을 받았습니다.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입에서는 "알겠어"가 먼저 나옵니다.
나중에 후회합니다.
그런데 다음번에도 똑같이 반응합니다.
1969년 왓슨과 프렌드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까 봐 얼마나
불안해하는지를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Fear of Negative Evaluation)'으로 다뤄왔습니다.
이런 사회적 평가에 대한 불안은 다른 사람의 반응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한 가지 관점이 진화적 관점입니다.
인간은 오랫동안 집단 안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게 중요한 생존 조건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회적 거절이나 부정적인 평가가 단순한 의견 차이보다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2. 뇌 안에서는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2016년 호주 모나쉬대학교와 퀸즐랜드대학교 연구팀은 이 현상을 뇌 영상으로 살펴봤습니다.
연구에는 39명이 참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교수나 학생이 제시한 여러 문장을 보고, 그 내용에 동의할지 반대할지를 판단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때 참가자의 뇌 활동을 fMRI로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반대를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실제로 반대하는
순간 전대상피질을 포함한 내측 전두 영역과 뇌섬엽, 하전두이랑 등이 포함된 네트워크의 활동이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 네트워크는 인지 부조화와 관련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반대를 덜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반대하는 순간 더 큰 인지적 갈등과 관련된 뇌 반응을 보였다는 뜻입니다.
연구팀은 이런 반응이 사람들이 다른 의견에 반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한 가지 이유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다만 이 연구의 참가자는 39명으로 많지 않았습니다.
실험도 실제 인간관계에서 거절하는 상황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제시한 문장의 참·거짓에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결과만으로 모든 사람이 거절할 때 같은 뇌 반응을 보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어린 시절부터 상대의 기분이나 반응을 지나치게 살펴야 했던 환경에서는
갈등을 피하고 상대를 먼저 맞춰주는 행동이 하나의 적응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설명은 개인의 경험을 이해하는 임상적 관점에 가깝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확립된 신경과학적 설명은 아닙니다.
3..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다행히 이 반응은 고정된 성격이 아닙니다.
2018년 발표된 리뷰 논문은 '주장 훈련(assertiveness training)'을 두고 "잊힌 근거 기반 치료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오래전부터 효과가 확인됐는데 최근 잘 언급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2023년 이란의 고등학교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는 문제해결 훈련과 주장훈련을 함께 실시한 그룹에서 대조군보다 자존감과 정신건강 지표가 개선됐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15~16세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그 결과를 모든 연령대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는 어떻게 연습할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는 것입니다. "생각해보고 알려줄게."
이 한마디만으로도 즉시 거절하거나 억지로 받아들이는 대신 잠시 생각할 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은 거절부터 직접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상대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거절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자신의 예측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됩니다.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건 성격이 무르거나 의지가 약해서만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대한 불안, 갈등을 불편하게 느끼는 성향, 과거에 학습된 대인관계 패턴이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런 반응이 반드시 고정된 성격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장하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쌓으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거절을 잘 못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관계에서 더 많이 배려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능력과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같은 게 아닙니다.
그 배려를 가끔은 자기 자신에게도 나눠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7. 출처
- Watson, D., & Friend, R. (1969). Measurement of social-evaluative anxiety.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33(4), 448–457.
- Domínguez D., J. F., Taing, S. A., & Molenberghs, P. (2016). Why do some find it hard to disagree? An fMRI study.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9, 718.
- Speed, B. C., Goldstein, B. L., & Goldfried, M. R. (2018). Assertiveness training: A forgotten evidence-based treatment. Clinical Psychology: Science and Practice, 25(1), e12216.
- Golshiri, P., Mostofi, A., & Rouzbahani, S. (2023). The effect of problem-solving and assertiveness training on self-esteem and mental health of female adolescents: A randomized clinical trial. BMC Psychology, 11,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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