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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은 헤어진 뒤에도 전 남자친구에게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연락을 받았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 남성이 먼저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뒤에도 연락이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녀도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그 남자의 전화를 대신 받았습니다. 이름이 여성 이름과 비슷해 남편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 그 남자에게서는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대체 이 남자의 마음속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헤어져도 접촉은 계속됩니다 — 단, 이건 '이혼 부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입니다
이 사연처럼 관계가 끝난 뒤에도 서로 접촉을 이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다만 여기서 정확히 짚을 부분이 있습니다.
이 흐름을 보여주는 연구들은 연애 중 이별이 아니라 결혼했다가 별거·이혼한 부부를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미국의 한 연구(Masheter, 1997)에 따르면 이혼한 사람의 55%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32%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전 배우자와 접촉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의 대규모 조사(Fischer 외, 2005)에서는 이혼한 지 10년이 지난 후에도 절반가량이 여전히 접촉하고 있었습니다.
2020년 애리조나대 연구팀도 마찬가지로 최근 별거한 성인 122명을 5개월간 추적 관찰했습니다.
여기서 측정한 것은 문자나 전화가 아니라 실제로 얼굴을 보고 만나는 대면 접촉이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자녀가 없는 사람들 중에서, 전 배우자와 대면 접촉이 더 잦았던 사람들에게서 두 달 뒤 심리적 고통이 더 더디게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건 "만나면 고통이 커진다"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자주 만난 사람일수록 회복이 느린 경향과 함께 관찰됐다"는 상관관계입니다. 앞의 사연처럼 문자나 전화 몇 통 주고받는 것과 직접 얼굴을 보는 만남은 심리적으로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지므로, 이 결과를 그대로 확대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연락하는 속내는 제각각입니다 — 7가지 유형으로 나뉜 이유들
그렇다면 사람들은 대체 왜 굳이 다시 연락을 할까요?
2017년 미국 오클랜드대 심리학자 저스틴 모길스키와 리사 웰링은 348명에게
"헤어진 연인과 다시 연락하거나 친구로 지내고 싶은 이유"를 최대한 많이 적어보게 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이유가 무려 153개였고, 이후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각 이유의 중요도를 매기면서
크게 일곱 가지 유형으로 압축됐습니다.
가장 많이 꼽힌 이유는 뜻밖에도 신뢰와 정서적 유대감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내 얘기를 정말 잘 들어줬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같은 응답이 여기 해당합니다.
그다음으로 많이 나온 것은 아직 남아있는 감정, 흔히 말하는 미련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인맥이나 도움이 될 만한 실용적인 이유,
함께 키우는 아이나 공동 재산 문제, 로맨틱한 감정은 사라졌지만 관계 자체는 유지하고 싶은 마음,
공통 친구 사이에서 어색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
다시 관계를 가질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유까지 나머지 다섯 유형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순위였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꼽힌 건 신뢰·정서적 유대감이었고, 실용적인 이유는 가장 낮은 순위에 머물렀습니다.
성별 차이도 뚜렷했는데, 남성은 여성보다 실용적인 이유와 성적인 이유를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국내 설문(결혼정보회사 듀오, 2016년, 20~30대 643명 대상)에서도 남성 1위는
"다시 연인으로 시작하고 싶어서",
여성 1위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로,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남자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앞의 연구들을 종합하면, 연락 자체보다 연락의 패턴과 맥락을 보는 게 실마리가 됩니다.
연락 시점을 보면, 특별한 날이 아니라 "잊을 만하면"
불쑥 오는 연락은 순간적 그리움보다는 그 관계와의 연결감 자체를 확인하려는 행동에 가깝습니다.
반복성도 단서입니다.
한 번의 연락은 다양한 이유로 설명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패턴처럼 이어지는 연락은 앞서 소개한 유형 중 신뢰·정서적 유대감이나 미련 쪽에 더 가깝습니다.
이제 처음의 사연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남성은 자신이 먼저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은 뒤에도 연락을 이어갔습니다.
이건 재회를 원했다기보다, 자기 삶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사람과의 연결 하나는 굳이 놓고 싶지 않았다는 뜻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앞서 소개한 애리조나대 연구에서도 접촉이 이어지는 게 꼭 재결합 의도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듯,
이 역시 지속적인 관심에 가까운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마지막 장면입니다.
남편이 전화를 받았는데도 별일 없이 지나갔고, 그 이후로 다시는 전화가 오지 않았습니다.
이건 꽤 명확한 신호로 읽힙니다.
그는 그 순간 "이제 이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구나"를 실감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가 컸다면 더 조심스럽게라도 접촉을 이어갔을 거라고 봅니다.
반대로 완전히 끊겼다는 건 애초에 그가 원한 것이 관계를 흔드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저 연결의 끈 하나를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는 해석에 무게를 실어줍니다.
다만 이는 하나의 해석일 뿐, 그의 정확한 마음은 본인만이 알 수 있습니다.
핵심 내용 요약
이혼·별거한 부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보면, 관계가 끝난 뒤에도 상당수가 전 배우자와 접촉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대면 접촉이 잦은 사람일수록 심리적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는 경향이 관찰됩니다(인과관계는 아닌 상관관계입니다).
한편 헤어진 연인이 다시 연락하려는 이유는 신뢰·미련·실용성 등 일곱 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그중 가장 큰 비중은 재회 의도보다 정서적 유대감입니다.
연락의 시점과 반복성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만, 확실한 답은 결국 당사자만 알 수 있습니다.
출처
O'Hara, K. L., Grinberg, A. M., Tackman, A. M., Mehl, M. R., & Sbarra, D. A. (2020). Contact With an Ex-Partner Is Associated With Psychological Distress After Marital Separation. Clinical Psychological Science, 8(3), 450–463.
Mogilski, J. K., & Welling, L. L. M. (2017). Staying friends with an ex: Sex and dark personality traits predict motivations for post-relationship friendship.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115, 114–119.
결혼정보회사 듀오 (2016). 미혼남녀 대상 '헤어진 연인과의 연락'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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